서론
호흡기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한 사망 원인이자 막대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초래하는 질병군이다. 이러한 호흡기 질환의 관리에서 호흡 재활은 운동 훈련, 교육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프로그램으로 약물 치료와 더불어 효과적인 비약물적 치료 방법으로 중요하다. 호흡 재활은 환자의 운동능력을 향상시키고 호흡곤란 증상을 완화하며, 전반적인 건강 관련 삶의 질을 유의미하게 개선하는 것이 입증되었다[1,2]. 하지만 이러한 명백한 임상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병원 중심 호흡 재활치료는 순응도 저하가 큰 문제로 지적된다. 환자들은 병원까지의 먼 거리, 교통 문제, 시간적 제약, 그리고 동기 부족 등으로 인해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꾸준히 지속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3]. 또한, 재활치료를 시행하더라도 그 효과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있어, 지속 가능성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4].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세계적인 유행은 비대면 의료 서비스의 필요성을 급격히 증대시켰고, 이는 원격 의료 및 디지털 재활 기술의 개발과 적용을 가속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5,6]. 이제 디지털 기술은 단순히 병원 중심 재활을 보조하는 수단을 넘어, 재활 서비스의 전달 방식을 바꾸고 치료 효과를 높이는 혁신적인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본 문헌 고찰은 호흡 재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는 디지털 기술들에 대해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각 기술의 임상적 근거, 효용성, 당면 과제, 그리고 향후 발전 방향을 논할 것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호흡 재활의 현 상황을 조망하고, 미래 의료 환경에서 이 기술들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하고자 한다.
본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호흡 재활은 여러 기술들의 결합을 통해 구현되고, 이러한 기술들을 통해 환자 평가 개선, 환자들의 동기 증진 등을 통해 호흡 재활의 효과와 순응도를 향상시키고자 한다. 환자의 상태를 원격으로 지속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부터, 디지털 치료제를 포함한 원격 재활치료, 환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몰입형 기술, 인공지능과 디지털 트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들이 연구되고 적용되고 있다.
원격 환자 모니터링(remote patient monitoring)은 센서를 통해 심박수와 혈압, 산소포화도와 같은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는 '원격 생체 모니터링(Remote Physiologic Monitoring [RPM])'과 앱을 통해 순응도나 치료 결과를 추적하는 '원격 치료 모니터링(Remote Therapeutic Monitoring [RTM])'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 두 가지 접근법을 결합하여 활용할 수도 있다[7]. 병원에서 환자의 생체 징후를 측정하고, 치료 순응도는 문답이나 설문지에 의해서 평가하던 기존의 방법에 비해 원격 환자 모니터링은 환자의 상태와 운동 여부, 운동 강도 등을 객관적이고 지속적으로 실제 생활 환경에서 측정하여 재활치료에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지표들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워치 등을 활용해 걸음 수, 활동 강도와 같은 신체 활동량을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며, 심박수, 호흡수, 그리고 산소포화도와 같은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것도 가능하다[8]. 또한, 휴대용 폐활량계를 통해 환자가 가정에서 직접 폐 기능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의료진에게 전송할 수도 있다[9]. 그러나 일반 소비자용 웨어러블 기기를 임상 환경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 정확성과 신뢰성에 대한 신중한 평가가 필요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기들은 걸음 수, 심박수, 호흡수 측정에서 비교적 높은 신뢰도를 보이나 산소포화도 측정의 정확성은 아직 기기별로 편차를 보인다[10,11]. 특히 호흡 질환이 있거나 보행장애가 있는 환자에서 신체활동도의 측정이나 생체 신호의 측정은 검증 및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웨어러블 기기 사용의 임상적 효과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기기들은 단기적으로 환자의 일일 걸음 수와 6분 보행 거리를 유의미하게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었다[12]. 하지만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않는 경향을 보였으며, 단순히 기기만 제공하기보다는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과 결합될 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반면, 삶의 질 지표 개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웨어러블 기기가 신체 활동 증진에는 유용하지만 전반적인 환자 경험 개선을 위해서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하였다.
원격재활(telerehabilitation)과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 [DTx])는 기존의 병원 중심 재활치료가 아닌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 치료가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원격재활은 전화, 태블릿, 앱, 화상회의,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해 재활치료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서비스 전달 방식)에 초점을 둔 모델이며, 디지털 치료기기는 높은 수준의 소프트웨어 기반 근거 중심 치료 개입을 통해 특정 질환을 예방·관리·치료하는 데 초점을 둔 기술이다. 즉 원격재활은 치료를 어떻게 전달하는가(방법)에 중점을 두는 반면, 디지털 치료기기는 무엇을 치료하는가(질환)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13,14].
원격재활의 효과는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되었다. 코크란 리뷰(Cochrane review)에 따르면, 원격재활은 운동능력(예, 6분 보행 검사) 및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 전통적인 병원 중심 재활과 비교하여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15]. 흥미롭게도 원격재활 참여자의 프로그램 완료율이 93%에 달해, 병원 중심 재활의 70%보다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자들이 자신의 환경에서 더 편리하게 재활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15,16]. 특히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에서 원격재활을 시행하며 운동 중 감독 및 관리를 할 경우 치료 순응도가 더 높다는 결과도 보고되었다[17].
디지털 치료기기는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 관리 또는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고품질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정의된다. 일반적인 건강 관리 앱과 디지털 치료기기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디지털 치료기기가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를 입증하고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14]. 최근 국내에서 시행된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에서 디지털 치료기기의 효과를 본 연구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가능성을 보여준다[18]. 해당 연구에서 디지털 치료기기 사용군은 보행 거리, 호흡곤란 척도, 삶의 질 척도 모두 대조군에 비해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으며 높은 순응도를 달성하였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고무적이지만, 임상 연구 참여자들은 종종 동기 부여가 잘 되어 있고 기술적으로 능숙한 집단을 대표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더 광범위하고 다양한 실제 임상 환경에서의 효과와 순응도에 대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호흡 재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의 꾸준한 참여와 동기 부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운동 중의 지루함과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호흡곤란이 호흡 재활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그리고 게임화(gamification) 기술들이 호흡 재활의 참여도와 지속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19]. 이와 같은 기술들은 환자의 주의를 운동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몰입감 있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기전을 통해 작동한다. 예를 들어, 환자는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가상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AR 안경을 통해 실제 공원 산책로에 투사된 가상의 목표물을 따라 걸으며 운동할 수 있다. 또한, 휴대용 호흡 훈련 기기를 게임 컨트롤러처럼 사용하여 숨을 내쉬는 힘으로 화면 속 캐릭터를 움직이는 방식은 지루한 호흡 훈련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탈바꿈시킨다[20]. 이러한 접근은 환자들에게 운동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성취감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여러 연구들에서 이러한 기술들이 운동능력 및 증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21]. 그러나 일부 연구에서는 초기에는 높은 흥미를 보였던 환자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참신성 효과(novelty effect)'가 사라지면서 참여도가 감소하는 현상이 보고되었다. 이는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신체 활동 증진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메타분석 결과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12]. 즉, 여러 디지털 기술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이 현상은 초기 참여 유도가 장기적인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며, 개인의 목표와 선호도에 맞춘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피드백 시스템이나 경쟁 시스템을 채용하여 장기적으로 효과를 높이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의 도입은 단순한 원격 재활과 환자의 관리를 넘어,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최적화된 초개인화된 예측 및 정밀 의료의 영역으로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을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새로운 가능성이 기대된다.
AI와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웨어러블 기기와 모바일 앱을 통해 수집된 방대한 양의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여, 인간의 눈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패턴을 발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재활 프로그램을 개인의 상태 변화에 맞춰 동적으로 조절하고, 질병의 악화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22]. 최근 연구 결과에서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를 위한 앱 사용자의 증상 점수, 과거 악화 이력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모델로 분석하여 1-8일 후 발생할 수 있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급성 악화를 예측하는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23]. 이러한 예측 모델을 통해 고위험군 환자를 조기에 식별하고 예방적 치료를 시행해 입원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환자의 상태에 따른 맞춤 재활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트윈은 AI 기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개념으로, ‘웨어러블 센서, 의료 기록, 영상 데이터 등 다양한 소스로부터 실시간 데이터를 통합하여 특정 환자의 가상 모델을 만들고, 이를 통해 질병의 진행이나 치료 반응을 시뮬레이션하는 기술’로 정의된다[24]. 호흡 재활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은 환자 개개인의 근골격계 및 신경계 특성, 심폐 기능 등을 가상 모델로 구현하여, 의료진은 실제 환자에게 위험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강도와 종류의 운동 프로그램을 시뮬레이션하여 어떤 재활 전략이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할지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25]. 즉 디지털 트윈 기술이 발전한다면 고도로 개인화된 재활 치료를 제공하여 치료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디지털 트윈 기술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있으며, 방대한 이종 데이터를 통합하고 정밀한 생리학적 모델을 구축하는 데 많은 기술적 과제가 남아있다. 따라서 임상 현장에 보편적으로 적용되기까지는 앞으로 상당한 시간의 연구와 기술적 성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호흡 재활 치료는 큰 임상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이러한 잠재력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기술, 사용자, 시스템 차원에서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적으로는 웨어러블 기기의 생체 신호 측정 정확도의 향상과 검증, AI 모델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에 따른 편향성 해결, 다양한 제조사의 기기와 병원의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간의 상호 운용성 부족 해결이 필요하다. 사용자 관련하여서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고 이해하기 위한 통합적인 능력인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가 고령층이 많은 호흡기 질환 환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26]. 시스템 차원에서는 민감한 개인 정보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유출이나 오용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로 하며, 적정한 건강 보험 급여 기준과 같은 해결 과제가 있다.






